*고양이숨바꼭질 (by. Yuikina)
헤이와지마 시즈오 x 키다 마사오미
소설
사양 : A5 / 내용 약 45P / 떡제본
가격 : 4.500원
샘플 >>>>>>>>>>>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어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시즈오의 귀에 닿았다. 하지만 시즈오는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골목길에서 때때로 고양이들을 목격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시즈오는 오늘도 역시 어딘가 고양이가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걷고 있자니 점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울고 있는 고양이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시즈오는 점점 그것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무척이나 거슬렸다. 아니, 정확히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무시하고 지나치려던 시즈오는 결국 고양이 울음소리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골목 안쪽으로 걸어가자 울음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렸다.
시즈오가 향하는 중에도 고양이는 멈추지 않고 울어댔다. 지치지도 않나 싶을 정도로 고양이는 계속 야옹거렸다. 가로등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고, 골목은 점점 어두워져갔다.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시즈오는 어린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길잡이 삼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계속 걸었다.
마침내 소리가 나는 곳에 도착했을 때 시즈오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고양이가 아니었다. 고양이보다도 건물과 건물 사이의 벽에 기대어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는 사람의 존재가 더욱 눈에 띄었다. 뭐야. 사람이 있잖아. 시즈오는 얼굴을 찌푸리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와 동시에 뚝,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멈췄다. 개의치 않고 근처로 다가간 시즈오는 어이, 하며 벽에 기대고 있는 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반응이 있던 것은 고양이었다.
멈췄던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야옹야옹. 하는 소리를 따라 아래를 바라봤다. 작은 고양이가 시즈오의 바지자락을 물어 당기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옷을 잡아당기는 고양이의 목에는 리본이 달려있었다. 리본. 시즈오가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자 소년의 뒤에 숨어있던 모양인 두 마리의 고양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들 역시 목에 리본을 달고 있었다. 이 녀석이 달아 준걸까. 시즈오는 그와 시선을 맞추려 허리를 숙였다. 그제야 그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중략
오늘 역시 평온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평소와 다르다면 시즈오가 여전히 집에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의 사정으로 인해 집에 있을 거란 시즈오의 말에 마사오미는 왠지 모를 기쁨을 느꼈다. 이 사람이 쉰다는데 왜 내가 기쁜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고양이들 역시 시즈오가 있다는 것이 즐거운 듯 시즈오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뒤를 쫓아다녔다. 이 녀석들 고양이 맞냐. 하며 시즈오는 어색한 듯 웃음 지었다. 하긴 걔들 강아지보다 더 쫓아다니죠? 마사오미가 따라 웃으며 말했다.
시즈오는 마사오미 역시 고양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시즈오가 거실의 소파에 앉으면 마사오미는 시즈오에게 커피 드실래요? 아, TV보실 건가요? 하며 말을 걸어왔다. 신문을 보려고 했던 시즈오는 금방 집은 신문을 내려놓고는 커피를 부탁했다. 마사오미는 벌떡 일어나 얼른 커피를 가져왔다. 맛이 어떠냐며 마사오미가 물었다. 맛있다는 대답에 마사오미는 기쁜 듯 웃었다.
조용했던 집안은 마사오미의 목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더니, 이내 시즈오가 집에 없었을 때의 일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고양이들이 저지른 일들 관련이었다. 시즈오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마사오미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과장을 섞어가며 말하는 마사오미의 모습을 보며 시즈오가 웃음 지었다. 처음에는 죽을상만 하더니. 이제는 저런 표정도 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시즈오가 마시고 있던 커피는 바닥이 난지 오래였다. 말을 많이 했던 마사오미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마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즈오는 소파에 허리를 기대고는 고개를 돌려 마사오미의 모습을 쫒았다. 신이 난 듯 콧노래를 부르며 냉장고를 여는 마사오미를 보며 시즈오는 절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는 몸을 풀듯 기지개를 폈다.
“앗! 시즈오씨 벌써 점심시간이에요! 어쩐지 배가 너무 고파서 이상하다 했더니!”
“어?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럼 먹을까. 점심.”
“오오, 시즈오 씨가 만드는 건가요?! 기대 되네요!! 그럼 전 애들 밥 담당을 하겠습니닷!”
물을 마시고 온 마사오미가 놀란 듯 다가와 말했다. 그러고는 멋대로 역할을 정하더니 경례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순간 벙 찐 시즈오는 어깨를 들썩이며 부엌으로 향했다.